야가다 2020. 3. 30. 21:32

 최근 불면증이 심해졌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아무생각없이 대충 구겨져서 가는데 그날은 유달리 잠이 오질 않았어.
 그래서 새벽 4시 즈음 이였나? 산책을 나갔지.
 내가 살고있는 2222,2223번 종점은 굴다리 밑으로 지나가면 강변북로가 나오는데 이 곳이 야경도 괜찮고 산책하기 비교적 좋은 코스인지라 평소와 마찬가지로 구겨진 잠바를 대충 뒤집어 쓰고 강변북로를 걷고 있었어.
 산책을 마치고 5시쯤 집으로 돌아오는데 왠 버스 옆에서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아리까리 한 여학생이 하나 쪼그려 앉아서 자고 있는거야?
 대충 딱 봐도 가출한 학생같은데 얼굴이 창백한게 이상한거야
 그래서 이대로 두면 위험할꺼 같아서 흔들어 깨우고는
 

 '어이, 학생 여기서 자면 입돌아간다. 어서 집에 들어가도록 해요'
라고 하니깐 이 아가씨가 눈을 게슴츠레 뜨곤

 

 '아이 씨발, 남이야 여기서 자든 말든 좆같이 생긴게 지랄 이야'

 

 아니, 씨발 내가 좆같이 생긴건 인정하는데 나는 걱정되서 한마디 했는데 존내 어처구니가 소멸하는 소리를 해대는거야
 씨발 그래도 내가 맘이 약해가지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시기에 걱정이 되서

 

 '집이 어딘데? 내가 데려다 줄께' 하고 하니깐

 

 '내가 니를 어떻게 믿고 니따라 가냐? 잠바도 꼭 어디서 줏어온거 락카칠 했냐?'
이러는데 화가 나면서도 그 아가씨 말이 맞는거 같데? 나 같아도 안따라가겠다.

 

 그래서 내가 주머니에서 이만원을 꺼내주면서

 

 '그럼 여기 찜질방가서 라도 자고 아침에 밥이라도 챙겨먹고 집에가라'
라고 하고 집에 가려고했어 근데 이 아가씨가 무슨 생각이 바뀌었는지 몰라도

 

 '아니 그럼 집까지 데려다 줘 별로 안멀다.'이러는거야

 

 그래서 난 그 여자 데리고 입고있던 잠바 벗어주고 그 아가씨 일러주는데로 갔어.
 사거리 빠져나와서 건대쪽으로 쭉 가고 있는데 이 아가씨가 갑자기

 

 '아 잠깐, 여기서 기다려.'

 

 이러는거야 난 뭐 소변이라도 급한줄 알고 멀찌감치 떨어져 기다려줬어.
 그러고 그 여학생이 화장실이 급한데 무섭다고 같이 가자는거야 은폐물 같은거도 없고 해서 그냥 혼자가서 일보고 오라고 하고 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지.. 그러자 그 여학생은 풀죽은 얼굴로 알았다고 하고는 가드레일을 넘어서 가는거야.
 그냥 차 지나다니는 도로인데 여기서 어떻게 일을 보지? 하면서 뒤돌아서 서서 잠깐 딴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꽤 오래 기다렸다고 생각날때까지 안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야 아직 멀었냐?'

 

라고 외쳤는데도 대답이 없는거야?
 그래서 뭔가 싶어서 뒤 돌아봤는데 어두컴컴한데 아무도 안보이는거야?
 걱정이 되서 나도 가드레일을 넘어서 찾으러 갔는데
 인기척도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거야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깐 파출소 가까운데 아까 내가준 2만원이 놓여져 있고 춥다고 벗어준 내 잠바가 놓여져 있는거야.
난 벙쪄 가지고 멍하니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저기 좀멀리서 굴다리 밑 강변북로 쪽에 한 아저씨가 새벽 낚시를 하고있데?

 그래서 내가 그 아저씨 한테 다가가서

 

 '아저씨 저기 근처에서 한 여학생 못봤어요?'

 

라고 하니깐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차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어이구.. 젊은이도 당했네.. 낚였구만 낚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