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가다 2020. 4. 24. 20:28

내가 그녀의 결락감을 같은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였다. 그전까지는 전혀 그녀에게서 그런것을 느껴본적이 없기에 내 당황스러움은 어찌 처리해야 할 지 모르고 내 머리를 빙빙 멤돌았다.
그녀와 난 어쨋든 2년째 사귀고 있었고 그녀는 명랑했으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대 별로 말이 없어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 모르는 나에게 더없이 적합한 상대라고 난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샌가 단 한순간에 그것이 무너져 내린것이다. 물론 그녀에게 외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재잘재잘 시끄러웠으며 티 백이 2개 들어간 맛없는 녹차를 마셨고 여전히 고약한 에쎈을 피워댔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내게 설득력을 가지진 못했다. 한마디로 도무지 내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녀의 재잘대는 말을 멈추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있잖아, 난 지금 네가 내가 알던 네가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릴 거란걸 잘 알아. 근데 내게 지금의 넌 껍질만 남은 매미 번데기 같은 느낌이야. 알맹이의 매미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나무에 여전히 매달린 바삭바삭한 매미 껍데기처럼 말이지. 난 어렸을 때 근처 공원에서 이 매미 껍데기를 모아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으스러뜨리며 논 적이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난 껍데기만 남은 널 상처입히지 않을까 두렵기도 해.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줘. 알맹이의 넌 어디로 간거야?"
 
그녀는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티백이 2개 들어간 맛없는 녹차를 들어 조금 마셨다. 그리곤 약간 입술을 다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가 그렇게 빨리 알아챌 줄은 몰랐어. 난 적어도 앞으로 2주는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사실 그 2주가 고비였어. 2주동안 넌 알아채지 못하고 영원히 나와 살던가. 아니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던가 하겠지. 그렇지만 넌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해. 껍질만 남은 나와 이렇게 함께 있는건 괴로웠을테지.
 자, 여깄어. 이 주소로 가면 진짜의 그녀를 찾을 수 있을꺼야. 그리고 그동안 재밌었어. 길진 않았지만. 그럼 안녕."
 
그녀가 내게 준건 쪽지에 휘갈겨쓴 어느 주소였다. 그리고 그녀는 작은 백을 챙기고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