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가다 2020. 4. 24. 20:30

간만에 친구들과 탁주를 먹었다.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아서인지 취기는 일찍 가셨다. 헤어지고 터벅터벅 걷는 집으로의 길은 짧았을까?
 
옷을 대충 벗어 방 구석에 던져버리고 이불도 안 덮고 자버렸다. 중간 중간 모기가 날 물어 잠에서 깨곤 했지만 녀석들을 잡을 의지는 없었다. 그래 물테면 물어라. 개새끼들아 네놈들도 가끔은 취해봐야지.
모기에게 모기보다 고등동물인 개새끼라고 칭하면 칭찬일까 욕일까? 5초정도 생각했지만 결론을 내지못하고 그냥 자버렸다.
 
머리가 지끈거려 일어나니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탁주는 양에 관계없이 항상 괴로웠다.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 전등을 켰으나 불은 들어오질 않았다. 아픈 머리를 붙들고 대충 전구를 갈아끼우니 간밤에 먹은걸 왠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러진 않았다.
 
밖에 나서니 오늘도 비가 오고 있었다. 지겹군. 가을의 비란.
 
사당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려고 평소와 같이 2번째칸 2번째 출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줄 한쪽으로 한 무리의 초딩들이 출연했다. 난 다른차를 탈까 고민하다가 수업에 늦을것 같아 그냥 같이 탔다.
초딩 개새끼들은 예상대로 지하철안이 지것인양 마음껏 시끄러웠다. 초딩들의 소리에 물먹은 솜마냥 무거운 내 머리는 더욱 처치 곤한해져 있었다. 담임이라는 개새끼는 마냥 수수방관.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 옆의 여자애 꼬맹이가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다. 주위에서 친구들이 뭐라뭐라 달래주고 그년은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도저히 인간의 언어 같지 않았다. 대충 소매로 닦고 닦이는 눈물들.
난 10초만 더 있으면 그 년의 머리를 터뜨려버릴것 같아 조용히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건내줬다.
 
"....(씨발년아. 계속울면 아가리 찢어버린다. 조용히 안해?)..여기 이걸로 닦아..."
 
다행히도 그 꼬맹이는 울음을 그쳤고 내 가방의 짐은 하나 줄어들었지만 내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