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속 거짓말

병에 걸린 씬, 그리고 정상수

야가다 2021. 11. 16. 08:45

국힙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쇼미더머니에서 ph-1으로 싱잉랩이 소개되면서

국힙은 그야말로 싱잉랩이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라 기존보다 음정, 멜로디가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고

과거의 빡센 랩 스타일이 아닌 스타일이 중요한 정공 트랩,

또는 노래인지 랩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하이브리드들이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힙합은 점점 듣기 편한 음악으로 변해 갔고, 랩은 점점 부드러워져 갔으며,

전과 같이 심각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의 문제, 저항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돈자랑이나 정신병 자랑같은 사소한 것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심각하지 않으니까.

쉽게 소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최초 대중들에게 힙합이 소개되고,

대중들이 힙합에 열광을 하게 되었던 건 이런 멜로디컬한 음악

그리고 기믹을 앞세운 돈자랑이나 정신병 모음이 아니었을거다.

이런 걸 들으려면 차라리 노래 잘하는 알엔비 가수의 노래나 가요를 들었겠지.

 

심장을 울리는 둥둥 거리는 낮은 베이스, 무겁거나 진지한 목소리, 빡센 랩,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가사.

가볍게 변해버린 힙합에 대중들은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노래 안의 그 무엇이 상실되어버린 힙합에 나를 비롯한 대중들은 많은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뜬 게 2020년 조광일이다.

 

빡센랩과 자신의 음악관을 표출한 빡센 가사를 가진 조광일에 대해

현 세대 힙합스타일에 익숙해진 혹자들은 말한다.

촌스럽고 10~20년전 유행했던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린가?

스윙스는 말했다.

'올드스쿨이든 뉴스쿨이든 상관없이 구리니까 구린거고 들어서 좋은거면 좋은 거'라고

자칭 현 트랜드를 이끄는 래퍼들이 비토한 조광일은 대중들이 들어서 좋았기 때문에 떡상했고

그의 대표곡 곡예사는 유튜브 조회수 천만을 찍어버렸다.

 

아마 조광일을 비판했던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조광일은 10~20년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그 '트랜드새터'들이 10년~20년전에 버려버린 중요한 것들을 다시 들고 온 것 뿐인데.

그 '트랜트새터'들이 가진 것을 분명 부족하게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반대로 그들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조광일은 가지고 있었다.

 

정상수 또한 킬링벌스에 나온지 12시간이 되기도 전에 조회수 170만을 찍어버렸다.

자칭 리스너니, 힙합매니아니 하는 이들은 정상수가 유튜버라, 화제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한두번이야 호기심에서 들어줄 지는 몰라도

반복해서 여러번 듣고 조회수가 이렇게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에는 

뭔가 느껴야 할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랩이란 무엇인가?

힙합이란 음악의 근본은 무엇인가?

대중들은 힙합에 무엇을 바라고 무엇에 쾌감을 얻는가?

 

창작자들이 정상수를 비하하고 대중을 폄하할 게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 기괴해진 자신의 창작물을 바라보고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https://youtu.be/gUyCa6err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