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속 거짓말

지하철에서

야가다 2020. 3. 27. 06:51

 응암쪽에 잠깐 갔었다.

 점심으로 감자탕 하나 때리고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인물이 목발을 짚고 서있길래 처음에는 누군가 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것 처럼 충격이 오는데... 누구였냐 하면 내가 고등학교때 우리 담임선생이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거의 인간의 몸매가 아니었다고 보면 된다. 키가 160도 안되는데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하여간에 절대로 정상적인 몸매가 아니었고 머리도 커서 거의 기형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처음에 못알아본 이유가... 세상에 그렇게 뚱뚱했던 사람이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거의 보통 사람 수준으로 변했더라고. 나를 못알아 보는것 같길래 아는척을 해 말어 하고 망설였는데, 그래도 사람이 그냥 지나치기는 조금 그렇더라고... 그래서 인사를 한다는것이 얼떨결에 경례를 하고 말았다. -_-;;

 그랬더니 이 양반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그 표정의 의미를 도저히 모르겠더라. 도대체 나를 기억한다는건지 모르겠다는건지...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길래 그냥 내가 말했지.

 

 “대원고등학교에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어~ 그래.”라고 대답하면서 웃는데 날 기억못하는 눈치더라고. 사실 학교 있을때 그렇게 튀지도 않았고 약간 어리버리에 가까웠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기억 못하는게 당연하지. 그래서 내 이름하고 요즘 하는일 말했더니 내 어깨를 치면서 그냥 웃더라.
 학교 있을때는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역시 세월앞에는 장사 없더군. 얼굴에 벌써 환자라는것이 보이고 목발도 거의 힘겹게 쥐고 있는데 참... 사람이 어찌 그리 변할수 있는지... 할말도 없고 해서 혹시 몸이 불편하시냐고 물어봤더니 당뇨랜다. 그러게 몸 관리 좀 잘하지. 그 산만했던 배가 쏙 들어가서 무슨 애 낳은줄 알았었다. -_-;;

 

 벌써 5년전에 퇴직하고 당뇨에 합병증이 겹쳐서 오늘도 식구들하고 병원가는길 이라더라. 뒤를보니 차가 한 대 있고 사람이 두세명 타고 있길래 눈치까고 인사했지. 거 참 뻘쭘하대.
솔직히 내가 무슨 말을 했겠냐. 더구나 상대는 나를 기억도 못하는데.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럼 이만 가보겠다고 했지.
 몸 건강하시라고 했더니 그냥 웃더라.
 예전같으면 “야 이 새끼야, 니 걱정이나 해!!” 이랬을텐데...
 그렇게 그냥 헤어지고 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야!!” 하고 부르더라.

 

 힘있는 목소리도 아니고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후줄근한 잠바에서 왠 봉투를 하나 꺼내서 내밀길래 그게 뭔가했다.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가져가랜다.
 그래서 그냥 얼떨결에 받아버렸다.
 돈인가 싶었지만 상식적으로 나한테 돈을 줄 리가 없잖아.
 설마 청첩장을 줬을리도 없고...
 얼마나 궁금한지 바로 뜯어보고 싶었지만 뒤에서 보고 있을텐데 그럴수도 없고...
 결국 지하철역까지 확인도 못해보고 그냥 갈수밖에 없었다.
 흰봉투였는데 두껍지가 않아서 아마도 상품권일거라고 짐작하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봉투를 뜯어봤더니 A4 용지가 하나 들어있더라.
 네단으로 접혀있길래 펴봤더니 이렇게 써 있었다.

 

 “아!! 응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