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속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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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다 2023. 4. 8. 22:45

 

사람들은 때때로 내게 큰 오해를 하곤 한다. 진실되고 착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사실은 그냥 인생이 괴로울 정도로지겨울 뿐이며 사실 내 말은 큰 의미가 없고 공허하다.

그나마도 예전에 아는 동생이 글을 쓰는 취미가 있었는데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썼다. 내 글은 거짓말 허섭 쓰레기일 뿐이다.- 그 동생에게 '넌 글에 재능이 있는것 같다.'라는 내 말 한마디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 글쟁이로 나선 일을 겪고, 난 큰 충격을 받아 내가 뭐라도 되냐며 누군가에게 말을 해주는 일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 동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지금은 소식이 끊겼지만 어찌보면 그 동생은 잘 됐을수도 있고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보다 내가 공포스러웠던 건 타인에게 비쳐지는 내 모습이었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신뢰를 얻고 권위를얻으며 사람들이 내 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말이란건 사람의 인생과 미래를 바꿀만큼 무서운 것이고 난 점점 말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타인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거의 줄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말을 완전히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과거처럼 말을 많이 하는게 아니게 되었을 뿐이다. 같은 충고를하는 것은 세번을 넘기지 않았다. 한번의 충고는 내가 상대에 대해 표현하는 호의였으며, 두번의 충고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었으며, 세번의 반복된 충고는 상대에 대한 내 집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같은 말을 세번이상 하지 않게 될 무렵 일산에 살던 여자를 만나던 때가 있었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직원이었는데 매일같이 회사에서 보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일 밤 술에 취해 나에게 자기는 아빠가 일찍 죽어 서럽다고 하소연을 하곤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술취한 사람과 통화하는 걸 매우 힘들어했지만, 나 역시 그런 그녀가 싫지는 않았기 때문에, 몇번 그런 전화를 받아주다가 나중엔 회사 일과가 끝난 이후에도 밥을 몇번 먹게 되었고, 나중엔 그녀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종종 그녀를 보러 일산엘 가곤 했었다.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취미로 가구를 만들겠다고 했으며, 난 그런 그녀를 만나기 위해 5호선 군자에서 3호선 종점역 대화까지 지하철을 타고 몇 시간을 가 그녀를 만나곤 했다. 그녀를 보면 그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내게 하곤 했다. 오늘은 어떤 가구를 만들었다든지, 또는 무엇을 먹었다든지.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곤란했던 점은 그런 대화에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는 것이다. 난 하루종일 그녀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난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그녀가 좋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하는 말은 그저 딱딱한 대답정도 뿐이었다. 주로 떠드는건 그녀 쪽이었다. 난 내 생각을 전할 방법이나 수단을 몰랐다. 그런 관계가 세달정도 지속 되었지만 우리가 연애를 한다던가 사귄다던가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던 관점이 서로 달라 처음부터 맞질 않았다. 그녀는 나를 모든 걸 터 놓을 수 있는 아빠로 보았고, 난 그녀를 여자로 보았다. 사실 난 섹스가 아니었으면 먼 일산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섹스를 할 기회도 있어도 하진 못했다. 그녀는 말라비틀어진 우물처럼 도무지 젖지를 않아 고통스러워했고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다. 이도저도 아닌 관계에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점차 연락을 줄여갔고 나 또한 그런 관계가 힘들어 했기에 그 헤어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일산호수공원에서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벤치에 앉아 조금 오랫동안 사람들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뭔가 술을 마시거나 대단한 것을 한게 아니라 그저 멍 때리고 있던 차인데 그냥 한참을 오래 그러고 있다보니 내 몰골이 좀 몇몇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어일으켰나보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두마리 데리고 온 여학생과 잠깐 말을 나눈적이 있었다. 학생이라고 한 것은 교복 때문에 그렇게 칭한것이고 사실 교복이 아니었으면 학생으로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좀 기이한 것은 그 여학생은 큰 개 두마리를 데리고 다녔지만 개들에겐 어떤 입마개나 목줄 같은 구속구 따위는 하지 않았으며 애초에 그 개들이 그 여학생의 소유인지도 좀 의문이 갔다. 그렇지만 그 개들은 일정 거리를 그 여학생에게서 멀어지지도 않고 가까이 붙지도 않으며 어찌됐든 그 여학생을 따라 다녔다.

다른 산책하는 이도 많았는데, 만약에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반드시 항의 또는 비명소리를 반드시 들었을 것이다. 그 여학생은 개 둘을 데리고 곧장 내게 걸어와 내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난 못생기고 솔직히 호감이 가는 외모가 아니라 알던 사람이 아닌 누군가 말을 먼저 걸어오는 것은 매우 어색했다. 종교나 다단계 권유가 아닌지 우선 경계부터 하는 것이 보통이나, 그 커다란 두마리 개가 그렇게 따라다니는 것이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을 먼저 불러 일으켰다.

 

 

“개들이 참.. 이쁘네요? 아니 멋지네요.”

 

 

“그래요?? 하하하… 근데 제 개들은 아니에요. 멋대로 따라오고 있을 뿐이죠.”

 

 

“네? 그렇지만 이렇게 개들이 따르는데..?”

 

 

“아니에요 아니, 꼭 개들이 저를 따라온다고 해서 제가 개들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니잖아요. 전 그냥 개들이따라오는걸 내버려 두는 것 뿐이구요.”

 

 

“네?? 그게 무슨…”

 

 

“이런거에요. 개들 애초에 제 소유가 아니에요. 저는 사실 별로 누군가를 책임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책임을 진다는건 서로 일정한 의무를 다 한다는 거죠. 그건 동등한 관계이긴 하지만 전 그런 의무에 대해선 지쳐버렸어요. 상처받고 상처를 주고. 그런 건 이제 지긋하다는 말이죠. 그래서 전 다른 관계를 생각한거에요. 그들이 저에게 경배와 책임을 다하고 의무를 다할 수 있게 기회를 준거 뿐이죠. 대신에 저는 그저 약간의 칭찬을 공평하게 해줄 뿐이구요. 그럼 개들은 저절로 저를 따르고 이렇게 절 숭배하는거에요.“

 

 

”… 개들을 키우진 않지만.. 개들이 주인으로 생각한다라… 하하 마치 개들위에 군림하는 거 같네?“

 

 

”몰라요 그런거.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저를 따르는 개든 사람이든 생물에게 ‘즉위’했다고 생각하세요. 일종에 저를 따르는 생물들에게 여왕이 된거죠. 하하.. 웃기죠?

그렇지만 이런 것도 쉽지 않네요. 여왕이 된다는 건 생각외로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모든 생물에게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지만, 그렇지만 저도 사람이라 어쩔 수없는거 알잖아요? 이런일로 귀찮게되는건 제가 원하던 일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만 둘 수도 없는거죠. 이미 제게 복종하는 수많은 생물들을 포기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

 

 

그 학생은 다시 고쳐 앉으며 손을 내밀고 말했디.

 

 

“그래서 지금은 노예 하나가 필요해요. 아주 말을 잘 듣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노예.. 어때요?“

 

 

글쎄… 이 땐 몰랐다. 이 손을 잡게 됨으로써 내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