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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로 흐린 날에 글을 쓰게 되는거 같다. 사실 전 글은 문장들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장들이 따로 놀고 통일감이 없어 보이는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어제 따라놓고 마시지 않은 길다란 종이컵에 있는 커피를 마셨다. 어제든 오늘이든 맛은 여전히 쓰다.
뇌가 뒤죽박죽 망가지기 전에는 이렇게 흐린 날을 좋아했었다. 눈부신 빛과, 살 갗을 지지는 듯한 태양빛의 열기는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흐린날에 몸이 아파오고, 정신이 우울해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지금은 그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 제일 좋을 따름이다.
그저 날씨가 흐리다고 사람의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지고 생각보다 난 더 연약한 생물이었구나.
이런 날은 그냥 선풍기를 틀어놓고 적당히 얇은 이불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그냥 이불을 덮고 있으면 습하고 더우니까, 선풍기의 차가운 바람이 습기와 열기를 날려준다면, 항상 땀도 흘리지 않으면서 쾌적하게 포근하게 썩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래 뭐 그렇다고 그냥 하루종일 우울해하긴 싫고 오늘은 좀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 재밌는 이야기라면 그냥 떡담이 최고지. 그래서 그냥 오늘은 믿거나 말거나 한 내 첫경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문체도 좀 바꿔볼까? 딱딱하지 않게.
내 첫 성경험은 아주 늦은 31살이었어. 정확히는 31살 크리스마스. 늦은 나이에 취직하고 2~3년 정도 된 나는 여전히 애인도 없고 동정으로 지냈었는데, 그 때 알고 지내던 동생 커플과 만난 자리에서 그 동생 커플의 여자쪽이 자기 여친을 소개시켜준 것이 계기였었지. 나보다 9살~10 어린 21살이었나 22살이었나 여자였는데, 한 겨울에도 짧은 치마에 가슴이 다 드러난 파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그런 여자였었어. 이름도 아직도 기억이나 '장미'라는 꽃 이름이었어.
뭐 같이 술게임도 하고 살면서 처음 듣도 보도 못한 양주도 마시고 엄청 취한 나는, 그 동생 커플이 밀어줘서 그 여자도 적당히 취한척 연기를 하고 그래서 결국 그 여자를 데리고 모텔에 가게 됐었는데, 아 늬들은 모를꺼야. 정말 얼마나 떨리고 무서웠는지.
그래 솔직히 무서웠어.
난 소주 반병이 주량이거든? 근데 술을 엄청 마셨는데도 무서웠었어. 첫 섹스를 하게 되었다는 흥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난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만약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지? 만약 이 여자가 나에게 실망을 하면 어떡하지? 등등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메운거야.
모텔에 들어가서 카드키를 꽂자 그 여자는 본색을 드러냈지. 나에게 키스를 하고 내 옷을 벗기고,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어. 근데 난 저런 걱정들로 도무지 흥분이 되질 않는거야. 발기는 커녕, 내 성기는 축 늘어져서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 여자는 삽입을 해달라고 요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난 그래도 피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텔에서 주는 파우치 안의 싸구려 콘돔을 찾았고, 거의 속으로 애원하기 시작했어.
'제발 서라 제발 서라 제발 서라'
하지만 알다시피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나. 난 그 여자가 보는 앞에서 뒤를 돌아 자위를 하기 시작했고, 겨우겨우겨우겨우 성기에 피가 돌았는지 살짝 발기가 되었어. 그리고 억지로 콘돔을 끼우기 시작했는데, 난 태어나서 처음 껴본 콘돔이었거든. 앞인지 뒤인지도 몰라서 그나마 있던 콘돔도 한개는 버리고, 다른 한개를 겨우겨우 끼워넣었지 뭐야.
그리고 나서 이제 삽입을 하려고 하는데, 정말 너희는 잘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 여자의 알몸의 육체가 눈앞에 있다는게 어떤 압도감을 주는지 너희는 모를꺼야. 그 살색의 곡선과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 발 끝, 손 끝. 그 모든 게 압도적이고 위압감이 넘쳐서 넋을 놓고 말았고 그만 거의 삽입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그만 사정해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그 날 밤에 다시 발기하진 못했어. 그 친구가 세워보라고 화를 내며, 이것 저것 해주었는데도, 도무지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진 않았지. 대신 그대로 잠이 들었어. 제대로 해본 것도 아니고 안 해본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상태에서.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해장국을 먹고 돌려보내고, 그 '장미'에게 며칠후 연락을 시도했었어. 당신은 나의 처음이었고, 비록 내가 당신을 잘알지는 못하지만, 이제부터 알아가고 싶다. 다시 만나고 싶다. 라고 문자를 남겼었지. 그렇지만 다시 답장이 오진 않았어.
대신에 소문이 돌더라. 내가 얼마나 잠자리에서 형편 없었는지, 얼마나 금방 싸고, 발기조차 못하는 사람이라고 곧 내가 아는 지인 모두가 알게 되더군. 뭐 알다시피 그 '장미'가 소문을 퍼뜨린거야. 뭐 그러고 나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그 뒤로는 한동안 심각한 발기불능에 빠져버리고 말았지. 누구와 그런 기회가 있던지간에 과거의 기억이 발목을 잡고,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더군.
그런 저주(?)가 깨진 것은 한참 뒤야. 나중에 그 '장미'가 오피에서 일하는 업소녀란 걸 알게 된 후였지. 그 친구 중 누군가 그 장미가 사는 오피스텔에 갔었는데, 칫솔이 박스째로 몇박스가 있는가하며, 수많은 수건으로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리곤 왜인지 내 발기부전은 풀리게 되었어.
대신에 난 두가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지.
첫번째는 난 정말 첫경험을 '장미'와 한게 맞는가?
두번째는 난 첫경험을 업소녀와 치룬 것인가?
라는 거.
알고싶지 않은 이야기에, 더럽고 별로 재미 없었다고?
그럼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