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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속 거짓말

충동

야가다 2020. 4. 24. 20:27

후우. 그래. 그렇게 내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 거요? 아니아니. 사실 듣고 싶어하건 듣고 싶지 않건 그건 상관없는 거 아니겠소? 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고 결국 당신의 직업이란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걸로 좋은거요. 근데 당신이라고하긴 좀 그렇군. 당신 이름이 뭐요? 뭐라고? 뭐 별로 말하기 싫으면 관두시오. 그냥 당신이라 부르리다. 사실 난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치 않으니 말이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이름보다는 그냥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오. 그냥 당신이라 부르리다.
그나저나 나한테도 담배 한대만 주겠소? 뭐 굳이 싫다면 주지 않아도 관계없소.
....왠지 비오는 날의 담배는 더욱 쓰고 눅눅하다오. 담뱃잎이 수분을 빨아들이고 완전히 연소를 못해서인가? 내 처지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오만 아무렴 어떻소이까? 결국 내가 담배를 피웠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것이지 담뱃속의 타르가 몇이고 니코틴이 몇이나 들어있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란 것이오. 이해하시겠소?
그날 내가 한 일도 이 담배 피는 일과 비슷하다오. 결국 당신이나 나에겐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난 그렇게 하고 싶었고 또 그래서 그렇게 하였소. 물론 그 행위가 정당한 것이 아니었고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소. 또한 내게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에도 말이오. 그렇지만 내겐 꼭 무언가 알려야만 한다는 사명감 같은게 생겼소이다. 막 치운 깨끗한 책상위에 엉뚱한 구겨진 종잇조각 한뭉치가 있는 것처럼, 이 감정의 전달이라는 것은 내게 또 다른 충동으로 날 당신에게 몰고 있는 것이라오. 이 기분, 당신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오.
급한 사정 때문에 참고 있는 소변처럼 이미 내 안에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란 말이오.
...미안하오. 약간 흥분했던 것 같소. 사실 난 흥분할 생각이 전혀 없다오. 믿어주시오. 난 어디까지나 냉정하다오. 어쨋든 쓸데없는 이야기를 조금 해버렸구려. 그렇지만 모든 이야기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듯이 이것으로 당신은 나에 대해 조금은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오. 그렇지만 나 스스로도 왜 이런짓을 벌였는지 이해 못하는데 과연 당신이 할 수 있을지 약간은 의문이라오. 그래도 당신은 3자이니 조금 떨어져서 날 조금은 더 잘 이해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오.
그날도 역시 오늘과 비슷한 아침부터 꽤 많은 비가 오는 날이었소. 바람도 심하게 불었지.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가보면 벌컥벌컥 뒤집히는 우산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오. 난 여느때와 같이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있었소. 내가 일하는 회사는 컴퓨터 서버를 관리하고 호스팅하는 회사라 그다지 출근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오전 10시까지만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난 항상 9시가 조금 넘은 느즈막히 출근하곤 했소. 그 편이 지하철에 사람도 적고 앉아가기 쉽거든.
그렇지만 그 날은 비가와서인지 조금 달랐소이다. 흔히 말하는 사람이 꽉찬 만원 지하철은 아니었지만 앉을자리가 보이는 그런 정도도 아니었다오. 그런 지하철은 내게 묘한 기분을 안겨주곤 했소. 그건 내가 과거에 느껴본 기분이라 그다지 어렵지 않다오.
내가 어렸을때 그러니까 한 10여년전쯤에 대학에서 사귄여자와 처음 섹스를 한 때가 있었소. 물론 그 전에도 여럿 여자를 사귀어보긴 했으나 섹스를 해본 상대는 그 여자가 처음이었소. 그때 우린 둘다 2학년이었는데 신입생때 내가 그녀에게 고백해서 사귀게 된 것이었소. 어찌됐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난 그 여자와 하룻밤에 2만원정도하는 싸구려 여관에서 섹스를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형편없는 환경이었소. 시트는 어떤 놈의 것인지 모를 정액으로 매트는 알록달록 누렇게 얼룩이 져 있었고 선풍기는 먼지로 꽉 막혀있어 과연 저 먼지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오. 거기다 그 여자와 난 그 여관에 어울리게 꽤나 구질구질했고 돌이켜보면 그녀의 사타구니 냄새는 역겨울만큼 고약했소.
그렇지만 20대의 남성에게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오. 난 처음으로 섹스를 한다는 기대감과 흥분에 거의 이성을 잃고 있었고 충분히 발기해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그녀의 성기 색깔은 근사했기 때문이오.
그 붉게 달아오른듯한 그녀의 성기 색은 날 더 이성을 잃게 했고 곧 난 그녀에게 제대로 옷도 벗지 않은채 삽입을 시도했소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저항하더군. 아니 사실은 완강히.
그렇지만 그녀의 저항은 별로 의미가 없는 행위였소. 아시다시피 그런 상황에서 남성의 완력이란 여성의 저항따위는 무의미하게 만들정도로 강력하고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오. 그래, 그래서 난 내 완력과 체중을 이용해 제대로 벌어지지 않은 그녀에 강하게 삽입했던거요. 그렇지만 그 순간 그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난 죄책감인지 뭣때문인지 -양심이라고 해도 좋소- 모르게 발기가 사그러들었소. 다시 발기를 하려 여러모로 노력해보았지만 도무지 되지 않더란 말이오. 그렇게 본능이 물러가자 이성이 다시 내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소. 그래 이건 범죄일지 몰라 -참 비겁하지 않소?- 라는 생각말이오. 그땐 어떻게 해서든 사과를 해서 용서를 구해야지라는 생각 뿐이었소이다.
그래서 난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소이다. 온갖 미사어구를 잔뜩 붙혀서 말이오. 그러자 곧 그녀는 날 용서한다는 말을 했고 심지어 날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소. 그리고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잘 지낼수 있었다오. 어느때처럼 몰려다니면서 맥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생활 말이오.그렇지만 두번다시 그녀와는 섹스를 할 수 없었소.
지하철을 탔을때의 내 기분이 그랬단 말이오. 사정하지 않은 섹스처럼.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을때처럼. 아쉬움과 욕구불만 그리고 누구를 향하지도 않은 분노가 잔뜩 머릿속에 차 있었단 말이오. 이것은 이성적인 것이기 보다 조금은 동물적인 감정이었소. 마음이 느끼기 보단 육체적으로 뭔가 난 불만에 빠져 있었단 말이오.
그렇다고 해도 난 이 불만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소할 수도 없었소. 그냥 지하철 좌석 앞 한 가운데에 서서 앉을 자리가 나오길 기다릴 뿐이었다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자리는 적당하게 사람이 내려 빈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지만 내 앞의 7자리는 도무지 빈자리가 생기질 않는 것이었소.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갈 때 쯤 난 이제 그 7사람의 앞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오. 가망없는 사람의 앞을 지키기보다는 차라리 가능성있는 사람의 앞을 기다리기로 결정한 것이오. 그래서 이리저리 지하철을 전부 둘러보았을 때 즈음 난 스스로 내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소이다.
그, 그 내 첫 경험 상대의 여자가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것 아니겠소이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와 지하철의 여자와는 전혀라고 말할만큼 닮지 않았었소. 옷입는 스타일도 그렇고 체형까지 달라 왜 스스로 그렇게 보였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단 말이오.
난, 그 의문을 풀기위해 점점 지하철의 그녀에게 이끌리듯이 다가갔소이다. 발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이오. 이해할 수 있겠소? 당신도 물론 살아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놀라운 경험따윌 한 적이 있겠지.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오.
한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로 다가가고 좀 더 근의 윤곽이 내 눈에 또렷이 들어오고 나서야 난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소.
그녀의 머리 색깔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두피 색깔이 내 첫경험 그녀의 성기 색깔과 비슷했던 것이오. 그 매혹적이고 날 흥분시켰던 그 색.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었소. 상식적으로 그럴리가 없지 않느냐라며 난 몇번이나 내 눈을 비비고 또 문질렀소이다. 단지 그녀는 머리에 피부병이 있어서 그런색을 냈을꺼라 스스로 타이르기도 했었소. 그러나 그 어떤것도 그녀에게로의 걸음을 멈출수가 없었소이다.
그렇게 눈을 비비며 그녀 앞에 섰을때 난 스스로 뭘하고 있는지 몰랐고 스스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소. 그렇게 내가 곤란해하고 있을때 근는 지하철이 정차하자마자 역에 내렸소이다. 물론 나도 역시 따라내렸지.
밖은 여전히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고 있었소이다. 밖에 나와 우산을 필 때야 내가 출근을 하지 않았고 내린 곳이 어딘지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소.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소이다.
그녀는 30대 초반에 약간 작은키, 통통한 몸을 하고 있었소. 물론 머리는 검었지. 그 검은 머리의 가름마 사이로 묘한 붉음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소. 난 불가항력이었소. 벗어날 수가 없었지. 미끼를 문 생선과 같았단 말이오. 그렇게 한참을 끌려다니며 10분정도를 걸었다고 생각할즈음 근는 어느 빌딩으로 들어갔소이다. 아마 그 회사에서 일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내가 그 빌딩에 따라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소. 때문에 난 빌딩의 입구가 잘 보이는 맞은편 커피샾에서 그 빌딩에 눈을 떼지 않기로 마음 먹었소이다. 일종의 농성에 들어간 셈이었소. 거기서 몇시간이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소. 단지 8잔의 커피와 3개의 토스트 2개의 센드위치를 먹었을때쯤 그녀는 다시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들어냈소이다.
그래서 난 조금 비싼 음식을 불평없이 삯을 지불하고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소. 밖의 날은 조금 어둑해져 있었고 비는 이미 그친 뒤였소. 그러나 비 때문에 원래 약간 어둑해서였는지 조금 어둑해졌다고 그녀를 못알아보진 않았소.
난 손에 우산을 든 채 조용히 적당한 거리를 두어 뒤쫓기 시작했소. 가끔은 시야에 놓쳐버릴뻔한 적도 몇번은 있었으나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소. 그녀는 다시 지하철에 타 돌아갈 것이라는 내 예상을 깨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소.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나 그건 내 알바 아니지.
근데 말이오. 참 사람의 기분이란 이상하단 말이오. 커피샵에서 기다릴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막상 그녀를 실물로 보니 난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오. 그럴때 있잖소. 이 담배처럼. 이게 마지막이야라고 한개비 더 피우는 기분.
난 어쩔수 없었단 말이오.
그래서 난 10분정도 뒤쫓다가 기회를 노렸소이다. 그리고 그녀가 으슥한 골목에 들어갈 때쯤 난 우산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내리쳤소. 그러나 아직 조금 망설임이 남아있었는지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녀는 기절하지 않더이다. 그녀는 내가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와중에 나를 보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급히 그녀의 입을 막았소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내 손가락을 깨물고 날 밀치더니 저 도망치려는 것 아니겠소? 난 비틀거리다 어떻게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에 우산을 휘둘렀는데 공교롭게도 우산을 꼭지 뾰족한 부분이 그녀의 뒤통수 부분에 꿰뚫고 들어가버린 것이오.
사실 이제와서 이야기지만 그녀를 죽일 생각은 없었소. 단지 내 것으로 하고 싶을 뿐이었단 말이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 없는 것 아니겠소?
난 쓰러진 근에게 가 옆에 쭈그려 앉아 그녀의 머리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소. 뒤통수로 조금 많은 피를 흘려서인지 그녀의 머리는 본디 그 색을 조금 잃어가기 시작했소이다. 그렇지만 그 빛깔을 느끼기에는 젆 부족함이 없었소.
난 머리를 해쳐도보고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도 해보고 코를 가까이대 킁킁 냄새도 맡아보았소. 그리곤 문득 맛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오. 난 적당히 머리카락을 해치고 혀를 대 보았지만 내가 기대한 어떠한 맛도 느낄수가 없었소.
맛이 달콤하다, 짜다 뭐 이런 개념이 아니라 정말 아무맛도 느낄수가 없었단 말이오.
그렇지만 난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소. 대신 다른 방법을 쓰면 되기 때문이었소.
난 우산을 똑바로 세워 뾰족한 부분으로 그녀의 정수리 부분을 조준한다음 정말 있는 힘껏 내리 찍었소. 그러자 그녀의 머리는 생각보다 쉽게 쪼개지더니 뇌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소이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피가 많이 튀거나 하진 않았소. 난 그 구멍으로 흘러나온 뇌수를 조금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았소이다.
그리고...
난 발기했소이다. 성욕이 일었단 말이오. 이상한 일  아니오? 그런 순간에 발기라니, 그렇지만 난 실제로 발기하진 않았소이다. 육체는 발기하지 않았지만 의식은 발기했다는 뜻이오. 아시겠소? 그래도 어쨋든 발기한 것이기 때문에 난 성기를 꺼내 그녀와 결합을 시도했소이다. 하지만 근의 성기와 결합하려고 생각진 않았소. 그녀는 분명 씻지 않았을터이고 냄새나고 배설하는 그런 시궁창같은 기관에 내 성기를 가져다 대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오.
그래서 난 그녀의 머리 우산 구멍에 발기하지 않은 혹은 발기한 흐물거리는 내 성기를 가져대기 시작했소. 그리고 난.....사정했소이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오. 다음의 내용은 당신이 아는대로요.
후우.
이제와서 부질없는 이야기지만 난 그녀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소. 그렇지만 그 미안함의 근원이 그녀의 뒷통수를 내리치고 그녀를 죽이고 심지어 사정까지 해서가 아닌 다른 의미라오.
그렇소이다. 난 어쩔수가 없었소. 그렇지만 이제 조금은 개운한 기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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