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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속 거짓말

우뢰매

야가다 2020. 4. 24. 20:27

표절이라도 좋았다. 그땐 그게 표절인지도 몰랐다.
날림이라도 좋았다. 가끔 허접함에 몸을 떨었지만.
우뢰매 1이 개봉되었을 때는 어머니땜에 못봤었다.
사실 우뢰매는 1탄이 진짜고 나머지는 허접씨레기.
매일밤마다 심형래아찌꿈을 꾸며 베갯잇을 적셨지.
그러다 2탄이 나왔다. 2탄까진 봐줄만한거 같았다.
느끼 얼굴이 아닌 샤프한 모습이어서 특히 좋았다.
기대만땅이어선지 영화를 보고 실망하기도 했었다.
김청기 감독은 애들을 너무 낮게 본건 아니었을까.
상관없었다. 내상상력으로 영화를 재구성했으니까.
어머니를 졸라 우뢰매 장난감 사러 문방구에 갔다.
삐까뻔쩍한 우뢰매가 날개를 쫙벌리고 기다렸었다.
욕심대로라면야 제일 뽀대난 것으로 사고싶었지만.
어렸어도 세상은 안다. 무난하게 중간것으로 결정.
어머니는 계면쩍어 옆아주머니와 어색하게 수다를.
옆 아주머니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만화계 성토.
우뢰매를 가지고 나만의 영활 찍을 생각에 기뻤다.
하지만, 나의 아이보리색 우뢰매는 레고로 변했다.
엄마는 두뇌개발에 도움이 되는게 훨 낫다고 했다.
레고 값도 우뢰매보다 훨씬 비싼 거라고 하셨었다.
하지만, 나는 마구 울었다. 꿈을 뺏긴 상실감땜에.
물론 손에 레고는 들고 울었다. 난 세상을 아니까.
집에서 레고로 우뢰매 비슷한 모양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계속 실패였다.
만들다 만들다 깡통 로봇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엄마한테 갔다.
"엄마, 이제부턴 이게 우뢰매야."
엄마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그건 우뢰매야."
"엄마, 누가 뭐래도 이건 우뢰매야."
"그래, 누가 뭐래도 그건 우뢰매야."
엄마의 권위로 인정받은 나는 그제야 안심했다.
누군가 이것을 부정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면 되니까.
"엄마가 이건 우뢰매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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