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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속 거짓말

김성유 베이핑 연구소

야가다 2021. 6. 30. 11:05

제가 처음부터 베이핑을 했던 건 아닙니다.
저는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이고 이제껏 단 한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했던 그녀는 전자담배를 피웠고,
밥을 먹을때나 술을 마실때나 그녀가 담배를 피러 나갈때면,
항상 따라나가 그녀가 깊게 베이핑을 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보통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흰 연기를 깊게 내뿜었는데
가끔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제 얼굴쪽으로 흰 연기를 내 뿜곤 했습니다
그 연기와 그 연기사이로 느껴지는 과일향, 
그 향기 사이로 뿌옇게 보였던 웃고 있는 그녀 얼굴은
제가 기침과 함께 몽롱한 듯한 헛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녀가 제 옆에 없습니다.
벌써 몇년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전히 담배는 피지 않지만, 베이핑 장치를 구입하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 베이핑 장치를 혼자 흡입해보곤 합니다만,
과연 그 때 그녀는 왜 이걸 질리도록 흡입했을까요?

그녀의 기분을 알고 싶었습니다.
이걸 제대로 피우기 위해선 베이핑을 넣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기억을 더듬어 7daze레즈 래플 아이스를 구매했습니다.

충전을 하고 처음 한모금 깊게 빨고 크게 내쉬는 순간
그때 보았던 흰 연기와 그 때의 향기가 제 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몇번 기침을 하고, 다시 몽롱한 헛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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