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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속 거짓말

플레이버하우스

야가다 2021. 11. 4. 16:21

아가리에서 똥내가 난다며 담배를 끊으라던 전 애인의 부탁으로 담배를 끊은지 2년정도 됐습니다.

키스를 하려 얼굴을 그녀에게 들이밀 때면 그녀는 제 얼굴을 밀어내곤 했었죠.

담배를 끊은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졌지만, 굳이 다시 담배를 피우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회사를 이직하게 되어 짐을 정리하는데,

짐 사이에서 담배를 끊지 못하면 냄새라도 안나게 하라며 준 베이퍼가 있더군요.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이걸로 피우면 정말 담배 냄새가 덜나나? 궁금해서 여러맛을 구매해 보았습니다.

 

짐을 모두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고 퇴근 길에

집 골목 앞 커피 집에서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왼 손에 들고

충전이 되어서 파랗게 불이 들어온 베이퍼를 주머니에서 꺼내 오른손에 쥐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페이퍼에 입을 갖다대고 깊게 한 숨 크게 들이쉰 순간

오랜만의 담배라서 그런가 머리가 살짝 아찔한 와중에 달달한 과일향이 코와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과일향이 입안에서 화려하게 머금어질 때 쯔음에 차오르는 숨과 함께

큰 숨을 뱉어내었습니다.

뿜어낸 흰 수증기 사이로 절 밀어내던 그녀의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멀리서 비치는 듯 했습니다.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숙인 바닥으로 다시 흰 수증기를 뱉어냈습니다.

담배가 아니라 베이핑이었으면, 그녀가 키스를 안피하지 않았을까? 

하고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달콤한 추억의 맛입니다.

커피는 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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