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만들거야." 벌써 몇번째 이 이야기를 듣는줄 모른다. 술 취한 사람중에 제일 짜증나는 타잎이 바로 이 유형이다. 했던 이야기를 또하고 또하고. 더구나 들어주지 않으면 화까지 내기 마련이다. "그래그래. 어떤 게임인데?" 테이블 위엔 식어서 국물만 남아버린 감자탕 약간과 소줏병이 나뒹굴고 티비에선 또 어느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줏병을 들어 남은 여방울을 놈의 잔에 털어줬다. 이런 녀석이랑 이렇게까지나 마시다니. 역시 난 술을 못마신다. "당연히 롤플레잉이지. 한국 사람은 그게 통한다니까" '오늘 오후 7시경 양평에서 동서울로 가던 시외버스가 강변앞 4차선 도로에서 앞에서 마주오던 승합차와 정면 추돌했습니다. 이사고로..' 술잔을 놓았다. 물을 홀짝 조금 마셨다. 아무래..
"칸나 알아?" "칸나?" 소녀는 칸나라는 이름을 잠깐 떠올려 보았다. 다른 여자 이름인가? 소녀가 아는 칸나라는 정보는 극히 적었다. 적었기 때문에 정확했다. 예전에 쓰던 학용품의 브랜드, 혹은 예전 보던 공포영화의 한 에피소드 제목중 하나였다. 그 공포영화는 꽤나 끔찍했던 것으로 희생자 이름이 칸나였는데 귀신에게 턱이 떨어져 나가는 뭐 그런 고어물이었다. 때문에 별로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았다. "꽃이야. 칸나는." "그런데?" 소년은 무표정하게 소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예전일이었어. 내가 살던 곳은 여름에 무척이나 더운 곳이었어. 더구나 우리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거든. 때문에 난 걸어서 3키로 정도 되는 길을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는 국도를 따라 쭈욱 걸어야만 했지. 그때도 무척..
너를 조롱하는 지저분한 것들을 쓸어버리고 싶나? 주위의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이 너의 발바닥을 핥게 만들고 싶나? 너의 생각이 변함없다면 해줄 말이 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진정 강해지고 싶나? 나도 예전엔 너만큼이나 소심하고 약한 자였다. 그로인해 많은 굴욕과 수치를 참아가며 살아가야 했었다. 하지만 그분을 만나고 나서는 내인생이 달라졌다. 충남 아산에 광덕산이란 곳에 최귀출이란 선생님이 계시다. 그분은 원래 전라도서 공무원을 하시던 분인데 어느순간 깨닭음을 얻으시고는 더욱 깊은 수련을 위해서 깊은 산속에 은거하시길 결심하셨다. 그런지가 벌써 39년이라고 하시니 그동안의 수련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감도 잡기 어렵다. 그분의 가르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신선구름잡는 식의 것들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
유진이에게 오늘 저녁에 인규에게 전화했었다. 뭘 위한 전화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내가 밖과 아직은 연결되어 있구나 나는 아직 잊혀진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그걸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통화내용중에 들었다. 네 외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사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외할머님꼐서 돌아가신건 굉장히 안된일이야.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지.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야.난 이기적인 인간이라 결국 내 자신의 이야기밖에는 못해. 누군가 나를 소외시키지는 않지만 난 늘 소내하고 있기 때문에 빈 내속을 찾는일에만 열중이거든.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 이야기만 하련다. 중학교 2학년 쯤 되었을때 이야기지. 그땐 우리집이 비디오 가게를 했었..
김종호 봐라. 최근에 모든게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움을 누군가에게 알릴듯한 글들은 주머니에 잔뜩 넣고 다니는데 이 글들을 보낼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냥 어쩌다 운이 좋은 몇개 글들을 보내질지도 모르겠지만 또 쓰잘데기 없는 낙서들을 채우고 나면 쓰레기가 될 것들이 거의 다 일 게지. 이 글도 아마 그 '거의' 중 하나가 될 꺼라고 생각한다.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2달 남짓? 물론 부대내인만큼 혈통이 있는 그따위 개가 아니라 단지 멋지게 생긴 잡견일 뿐이지만 이 개에게 왠지 시선이 떨어지질 않어.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아무래도 이 개는 대대장이 키우고 있는 사람만 보면 도망가는 싸가지 없는 그런개와는 달리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사이에 다가간다는 것이 내 시선을 끌더군. 처음..
오늘 삼일만에 밖에 나왔는데 평소와 같이 어둡고 음산하고 쓸쓸해야 할 밤이 왠 걸? 거리가 화사하고 비록 바람은 찼지만 거리는 따뜻해 보이는게 평소완 다른거야. 왜일까 하고 군자교 위에서 난간을 잡고 중랑천을 내려다 봤더니 보름달이 물 한가운데에 빠져있는거 아냐? 난 그 매혹적인 모습에 놀라서 군자교 밑을 내려가 그 달 모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했지. "달님 달님 물속에서 오밤중에 춥지 않으셔요?" 하고 난 물속 달님에게 말을 걸었어. 하지만 달님은 좀처럼 대답을 않는거야. 난 처음엔 대답을 하지 않더라도 좋다고 생각했어. 어차피 달님과 나는 물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저 처음엔 나혼자 그 달님에게 대답없는 말을 건네고 좋아라했드랬지. 그런데 그렇게 ..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늘상하던데로 그저 기억나고 떠오르는데로 지껄여보자. 놓여진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 시간은 나를 점점 구석으로 몰아넣는 듯 하다. 혼자만의 망상에서 혼자만의 궁상으로 점점 유리되는 세상과는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하고 싶다. 세상과의 이런 분절감, 단절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세상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세상과 벽을 쌓으며 지낼 때는 세상에 대해 아쉬운 것이 별로 없었다. 필요했던 것들과 필요했던 사람과 필요했던 무언가는 항상 내 울타리 안에 있었다. 울타리 밖의 것은 쳐다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손을 뻗으면 취할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긴 했다.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다. 그런 이유야 첫째로 그렇게 손을 뻗으면서까지 무언가 얻으려는 수고의 필요성을 몰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