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이라도 좋았다. 그땐 그게 표절인지도 몰랐다. 날림이라도 좋았다. 가끔 허접함에 몸을 떨었지만. 우뢰매 1이 개봉되었을 때는 어머니땜에 못봤었다. 사실 우뢰매는 1탄이 진짜고 나머지는 허접씨레기. 매일밤마다 심형래아찌꿈을 꾸며 베갯잇을 적셨지. 그러다 2탄이 나왔다. 2탄까진 봐줄만한거 같았다. 느끼 얼굴이 아닌 샤프한 모습이어서 특히 좋았다. 기대만땅이어선지 영화를 보고 실망하기도 했었다. 김청기 감독은 애들을 너무 낮게 본건 아니었을까. 상관없었다. 내상상력으로 영화를 재구성했으니까. 어머니를 졸라 우뢰매 장난감 사러 문방구에 갔다. 삐까뻔쩍한 우뢰매가 날개를 쫙벌리고 기다렸었다. 욕심대로라면야 제일 뽀대난 것으로 사고싶었지만. 어렸어도 세상은 안다. 무난하게 중간것으로 결정. 어머니는 계면쩍어 ..
[LG텔레콤] 오늘까지 요금 미납시 내일 아침 08시부로 이용이 정지됩니다. 밤 늦게 전화기가 부르르 요동치는 소리에 잠에서 깨 액정을 보니 이런 문구가 떠 있었다. 내 전화지만 나완 별로 상관없는 문자다. 가입도 내 이름이 아닌 귀현이가 아는 사람으로 가입되어 있었고 요금 안낸다고해서 내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어차피 내겐 처음부터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 따위는 체질에 맞질 않았다. 체질에 안맞는다고 해서 전화를 쓰면 몸에 두드러기가 안다던가 하는 물리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전화가 오게 되면 무언가 자신을 얽메고 있는 듯한 사슬을 느끼게 되고 그 조이는 느낌이 싫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신자 표시에 표시된 혹은 문자메세지에 표시된 이름과 전화번호를 쉽게 저주하고..
새벽의 카운터란 시차만 적응한다면 최고의 아르바이트다. 오다니는 손님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취객이거나 아래층 노래방에서 일하는 도우미정도? 그외에는 가끔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하는 것과 새벽에 1시간정도 청소하는 것 외에는 앉아있는 11시간동안은 그냥 내 볼일을 보면 되는 것이다. 새벽에 내가 카운터에 앉아있으면서 하는 일은 신문을 본다던가 컴퓨터로 프리스타일을 한다던가 이 두가지이다. 그러나 신문의 모든 꼭지를 읽어버리고 토할정도로 지겹게 프리스타일을 해버린 날이면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거나 한다. 책은 주로 끝없이 많은 여러 단편을 엮은 두꺼운 단편집 따위를 읽곤하는데 굳이 장편을 읽지 않는 이유는 특별히 없지만 중간에 끊기는 느낌이 싫어 단편을 읽었다. 단편소설의 작가중에는 쥐스킨트를 제일 좋..
그러니까 나는 굳이 어느쪽이냐라고 꼽는다면 여자를 밝히는 쪽에 속한다. 남자치고 여자를 안 밝히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꽤나 심각하다. 처음보는 사람의 사소한 몸짓이나 행동에 반해 멋대로 혼자 상상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습성이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나는 아직 20대 중반의1 남자니까. 이런건 괜찮은거다,겠지? 지하철은 중간중간 정거장을 빼곤 매번 대량의 사람을 태우고 대량의 사람을 뱉어낸다. 그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개개인들이 뭉뜽그려져 대중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을 비교적 높은 효율에 가능한한 목적지에 가깝게 운송하는 것.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다르게 생..
밤에 하는 일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 인도하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어떠한 모험도 판타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거기다 시간은 낮에 일하는 사람과는 다르게 밤에 일하는 사람에게 흐르기 때문에 낮 사람들의 기준으로 시간을 생각하다간 낭패를 겪기 마련이다. 가령 이런것이다. 낮 사람들은 하루에 1일이라는 시간을 소비하지만 밤 사람은 0.5일, 0.5일씩 2일에 하루를 소비하게 되는 그런 것이다. 얼핏보면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사람의 인식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낮 사람과, 밤 사람은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낮 사람과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사..
'만유인력' 만유인력 [universal gravitation, 萬有引力] 모든 물체 사이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인력. 우주에서 천체의 운동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미안해" 내가 그녀에게 들은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녀와 헤어졌을 때 나는 나나 혹은 그녀가 둘중에 누군가 서로 끌어들이는 힘이 부족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우린 멀어진거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인력은 상호작용하며 일정한 것이었다. 아마 내가 그녀를 끌어당기고 있었더라면, 그녀 역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서로의 사랑에 대한 질량차가 존재했던 것일까? 아니다. 애초에 서로에게 영향을 줄만한 인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인력을 작용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너..
어쩌면 너무 삶을 대충 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대로 좋은 것이다. 꽃에겐 꽃 나름의 삶이 있고 잡초는 잡초 나름의 삶이 있다. 난 쓰레기 인 채로 된것이다. 며칠 째 이모의 가게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이모의 가게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하면 역시 난 곤란하다. 지금 내 머리는 지저분하게 길러 처치 곤란이었고 지금 당장 자르지 않으면 안되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무언가 하나 해결되지 않으면 도저히 다음일이 되지 않는 것이다. 목젖을 겨누는 칼날처럼 그 날카로움은 언제나 내 삶의 언저리에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머리를 자르긴 싫었다. 군에서의 2년과 이후의 몇개월은 도저히 나를 남에게 머리를 깎일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머리가 엄청길어 자다가 목을 조른다던가 하는 경지..
최근 불면증이 심해졌다.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아무생각없이 대충 구겨져서 가는데 그날은 유달리 잠이 오질 않았어. 그래서 새벽 4시 즈음 이였나? 산책을 나갔지. 내가 살고있는 2222,2223번 종점은 굴다리 밑으로 지나가면 강변북로가 나오는데 이 곳이 야경도 괜찮고 산책하기 비교적 좋은 코스인지라 평소와 마찬가지로 구겨진 잠바를 대충 뒤집어 쓰고 강변북로를 걷고 있었어. 산책을 마치고 5시쯤 집으로 돌아오는데 왠 버스 옆에서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아리까리 한 여학생이 하나 쪼그려 앉아서 자고 있는거야? 대충 딱 봐도 가출한 학생같은데 얼굴이 창백한게 이상한거야 그래서 이대로 두면 위험할꺼 같아서 흔들어 깨우고는 '어이, 학생 여기서 자면 입돌아간다. 어서 집에 들어가도록 해요' 라고 하니..
이 이야기는 2년전에 생각해 두었던 거다. 2년전에 이 이야기를 어느정도 생각해두고 언젠가 한번 써보자라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은 그런대로 자기 멋대로 흘러가버리곤 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쓸 건데기도 없지만 왠지 이런 걸 한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만 먹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난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2년이 지난 지금에야 화석이 된 그 이야기의 뼈다귀라도 핥는 뭐 그런식이다. 2년전의 그러니까 03년 3월의 나는 신교대에 있었다. 꽤나 말을하기 싫어하는 성격의 나로서는 신교대에서 낯선 사람들과 말을 트고 지내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더구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군대를 늦게가는 편이어서 다들 나보다 나이가 어렸고 그들고 그것 때문인지 나에게 ..
응암쪽에 잠깐 갔었다. 점심으로 감자탕 하나 때리고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인물이 목발을 짚고 서있길래 처음에는 누군가 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것 처럼 충격이 오는데... 누구였냐 하면 내가 고등학교때 우리 담임선생이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거의 인간의 몸매가 아니었다고 보면 된다. 키가 160도 안되는데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하여간에 절대로 정상적인 몸매가 아니었고 머리도 커서 거의 기형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처음에 못알아본 이유가... 세상에 그렇게 뚱뚱했던 사람이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거의 보통 사람 수준으로 변했더라고. 나를 못알아 보는것 같길래 아는척을 해 말어 하고 망설였는데, 그래도 사람이 그냥 지나치기는 조금 그렇더라고... 그래서 인사를 한다는..